요즘엔 현금을 쓸 수 없어요. 전에는 노숙자들에게 돈을 좀 주거나 노점상들의 물건을 사줘서 생계에 보탬이 되게 하려고, 현금을 갖고 다녔어요. 작은 노점상들은 신용카드 기계가 없으니까요.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들도 내 수표를 바꿀 수 있는 은행 계좌가 없죠. 노숙자들은 햇빛을 가리고 비바람을 피할 텐트만 있어요. 근데 어떻게 현금으로 바꾸라며 수표나 신용카드를 줄 수 있겠어요? 그런데 요즘엔 거의 모든 걸 디지털 방식으로 지불하죠. 그래서 난 현금이 없어요. 있다고 해도 지금은 쓸 수가 없어요. 디지털 지불 방식은 사용할 줄 몰라요. 게다가 아무 데서나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내키지 않고요. 인간의 삶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.
내가 은행에 넣어둔 돈은 다 출처가 있어요. 집이나 아쉬람을 팔아 새로운 곳을 사는 것 처럼요. 출처와 관련 정보가 다 있죠. 하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이고, 난 기억을 못해요. 관련 문서도 전혀 없고요. 내게 그 옛날 집에 다시 가보라고 하면 어떻게 갈지 모를 거예요. 가령, 스페인서도 여러 번 길을 잃었죠.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몰라서요. 안다고 여겼는데 잊었어요. 한 번은 택시 기사가 거리 한복판에 날 놔두고 갔어요. 집 가는 길을 자꾸 잘못 알려줘서요. 기사는 내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고, 그래서 나는 길거리에 남겨졌죠. 그것도 밤에요. 지나가는 차량에 손을 흔들며 태워달라고 했어요. 그런 다음엔 어떤 사무실에 가서 내 이름을 보여주며 『여기 이 지역에 집이 있는데 대신 좀 찾아주세요』라고 부탁해야 했죠. 그렇게 해서 집에 갔어요. 한데 여러 번 그랬어요. 한 번이 아니고 빈번히 그랬죠. 말했듯이 지금도 기억이 안 나요. 내 집의 위치, 주소도 모르겠고, 어느 도시였는지도 몰라요.
시후로 돌아갈 때도 여러 번 헤맸어요. 택시 기사에게 길을 알려줄 수 없었죠. 그래요. 그 얘긴 알 거예요. 이웃 사람들이 날 집에 데려다 준 사실을 알죠. 왜냐하면 때로 공항에서 나오면 늦은 밤이었고,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때였으니까요. 다행히도 시후라는 건 알죠. 예를 들면요. 때로 우리가 거주하는 산간 지대는 사실 주소도 거리명도 없는데, 그래도 시후란 건 알죠. 난 택시를 타고 계속 돌다가 길을 잃었고, 그러다가 한 번은 내가 알던 어떤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봤죠. 시후란 건 알았기에 그 집에 가서 물어봤더니 그 남자가 날 알아보고는 『제가 모셔다드릴게요. 어딘지 아니까요. 시후 아쉬람을 알아요』 했죠. 그래서 그가 데려다줬어요.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죠. 난 매번 길을 잃어요. 사람들이 와서 데려가지 않으면 길을 헤매죠. 대개는 나의 이른바 신의 제자들이 와서 데려가곤 하는데, 때론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안 받아요. 그럼 택시를 타야 하죠. 근데 택시 기사도 못 찾아요. 산속에 있어서 거리명도 주소도 없으니까요.
스페인에서도 마찬가지였죠. 여러 번 길을 잃었어요. 내가 사서 고치고 새단장을 한 집들인데도 찾아갈 때마다 헤맸어요. 그 거리명을 아는 사람이 차로 태워가지 않으면요. 왜냐하면 이따금 내가 급히 떠나면, 주소도 안 적어두거든요. 그게 문제죠. 주소 같은 걸 안 챙겨요. 또 때로는 책에 적어 두는데 그 책이 다른 곳에 있으면 찾을 수가 없죠. 그래서 늘 헤매요. 미국에서도 임대한 주택에 갈 때 길을 잃은 적이 있어요. 그 집을 못 찾았죠. 그러다가 내가 차를 타고 계속 빙빙 도는 걸 경찰이 보고 차를 세웠어요. 그래서 난 그냥 이랬죠. 『그냥 잠시 여기서 바람 좀 쐬고 있는 거예요. 곧 집에 갈 겁니다』 그런 뒤 차를 몰고 갔죠.
프랑스에선 영국산 차를 몰았는데 아주 큰 시골 도로를 달리다가 또 길을 잃었어요. 집으로 가는 길을 몰랐죠. 그렇게 주변을 돌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 이랬어요. 『뭐 하시는 겁니까? 좌측 주행은 안 됩니다. 여긴 프랑스예요. 우측으로 주행하셔야 해요』 내가 깜박했어요. 시골 도로라서 다행이었죠. 길은 끝도 없이 길었고, 난 결국 길을 잃었죠. 어떻게 집에 갔나 모르겠어요. 집에 있는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길을 잃었다니까 그들이 내 휴대폰 GPS를 이용해 날 찾았던 것 같아요.
난 운전을 잘하지 못해요. 더는 차를 몰지 않아서 다행이죠. 이제는 차도 없어요. 대개는 직접 운전을 안 해요. 더 젊었을 때는 운전을 했는데, 근처에 갈 때만 했죠. 그리고 나가기 전에 도로를 자세히 표시해 뒀었죠. 기억이 날 것 같았는데, 그렇지 않았어요. 나가 보면 도로가 달랐죠. 갈 때와는 도로가 달라져 있었어요. 돌아올 땐 다른 길이었죠. 갈 때는 양방향이었는데 반대편에서 돌아올 때는 일방통행이거나 그런 상황이었어요. 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어요.
근데 이 모든 돈은 은행에 정보가 있어요. 내 은행계좌로 이체될 때 어디서 입금된 건지 기록이 있으니까요. 그런데도 왜 은행에서는 그 돈의 출처를 알 수 없다면서 날 애먹이는지, 왜 내 돈을 가로채서 교회와 동물주민 보호소에 기부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. 완전히 잃은 거죠. 그들이 내 돈을 가로챘어요. 4~5백만 달러 정도 될 거예요. 그 돈이 다 사라졌고 이젠 현금도 얼마 없어요. 하지만 신께서 보살펴 주실 거라고 난 늘 그리 생각하죠. 그건 아마도 내가 속세를 잘 몰라서, 신이 돌봐주시기 때문이겠죠. 그러니 지금까진 괜찮아요. 내 걱정은 말아요. 신께서 돌봐주시니 난 신의 말씀을 들어야 해요. 내 맘대로 그냥 나가면 안 돼요. 내가 나가야 할지 말지 허락부터 구해야 해요. 하지만 세상의 업이 날 잘못 이끌어서, 곤경에 빠질 때도 있어요.
설사 내가 수중에 돈을 갖고 있다 해도, 세금을 피하려는 등 그런 의도는 아니에요. 나눠주기가 용이해서죠. 현금은 주기 쉽잖아요. 누가 아파서 거리에 누워있는 긴급 상황에선 구급차를 부를 수 있게 도와주고, 추가 할증료까지 다 내가 내야 해요. 수표를 주며 이럴 순 없죠. 『자신을 잘 돌보고 구급차를 부르세요』 그들은 휴대폰도 없는데요. 예를 들면요. 병원비로 낼 돈도 없고요. 어떨 땐 지불 보증을 설 사람도 있어야 하는데, 그 모든 걸 내가 처리해야 되죠. 예를 들면요.
내 돈은 전부, 설사 내가 수중에 지니고 있다 해도, 나쁜 의도로 갖고 있는 게 아니에요. 늘 언제나 좋은 데 쓰려는 거죠. 한데, 물론, 이런 걸 일일이 모두에게 설명할 순 없죠. 수십 년 동안 나와 거래한 은행조차 여전히 날 애먹이고 있어요. 이 세상을 정말 모르겠어요. 여기선 살기가 쉽지 않아요.
요즘엔 어디를 가려고 해도 표를 사야 하는데, 현금으로도 살 수가 없어요. 인터넷에서 예매해야 되죠. 그럼 내 이름이 어디로 갈지, 누가 보게 될지 알 수 없죠. 예를 들면요. 요즘엔, 비자 면제라 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게 아녜요.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더 까다롭게 해요. 사전에 입국 신청을 하고, 관광 목적이라면 세금도 내야 해요. 세상에,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해서 약간의 휴가 비용을 마련한 건데요. 그런 뒤에 그 나라에 도착하면, 거기서 2주 정도 누릴 소소한 즐거움에 대해 미리 세금을 내야 해요. 한데 그 돈을 낼 여력은 없을 수도 있죠. 누구나 많은 돈이 있어서 뭐든 지불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. 미리 알뜰하게 여행 예산을 짠 건데 거기서 1달러라도 더 든다면 외국 여행지에서 계획한 음식 한 가지를 못 먹게 될 수도 있어요. 정부는 조직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, 정부가 존속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는 시민들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아요. 그저 이런저런 일들과 온갖 것에 대해 세금을 내라고 할 뿐이죠. 게다가 집이 있고 그 집이 너무 크다면, 정부에서 그걸 가져 가고 싶어 할지도 모르죠. 그럼 여러분은 다른 데로 가야 하고, 단독이나 작은 연립주택 등을 월세로 얻어야 하죠. 어떤 이들은 자기 집에 정이 들어 있어요. 그 집에 좋은 추억이 있죠. 때론 조부모나 그 윗대부터 지금까지 대대로 이어서 살아온 곳일 수도 있어요. 하지만 집을 지키는 데 필요한 서류 등을 작성하는 법을 모를 수 있죠.
그런 디지털 시스템을 노년층은 잘 몰라요. 노년 세대는 평생을 일하며 이 사회를 지탱해왔고, 정부 재원을 마련해 줬죠. 근데 이제 나이 들어서는 디지털 방식의 체계를 걱정하게 됐어요. 그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지 않아서 잘 모를 수 있어요.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. 나도 디지털 방식은 잘 알지 못해요. 난 컴퓨터만 하는데, 그것도 내 팀원들이 오래전, 여러 해 전에 이미 설치해준 걸로만 계속 작업하는 거죠. 그래서 만약 컴퓨터를 켤 때 입력하는 비밀번호를 새로 변경하라고 하면, 난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. 또 유튜브처럼 바탕화면에 이미 깔려 있지 않으면, 그런 건 어떻게 찾는지도 몰라요. 또 인터넷에서 어떤 기사를 보는 중에, 예를 들어, 전기가 나가서 화면이 꺼졌다면, 그 기사를 다시 찾는 법도 모르죠.
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나는 속수무책이죠. 난 그런 걸 배워본 적이 없거든요. 전에는 늘 그런 일을 처리해주는 비서가 있었고, 일도 요즘처럼 복잡하지 않았으니까요. 어디로 가고 싶다면 조용히 공항에 가서 바로 표를 사면 됐죠. 예를 들면 그랬어요. 집을 사려고 하면, 그냥 집을 사면 됐고요. 은행과 중개사가 그 모든 걸 알아서 처리해줬죠. 허나 그럴 때도 난 여러 번 헤맸어요.
사진: 『생김새는 각기 다르지만, 자연의 모든 건, 다 괜찮아요』











